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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면 자신이 없어진다
주변 사람을 의식하면 자신감이 없어진다 교육개혁을 국정의 3대 중점 과제 중의 하나로 내세운 현 정부는 과거처럼 더 이상 정치가 교육의 뒷다리를 잡는 일이 없도록 하여 명실공히 교육이 교육답도록 교육적 시선과 관점으로만 교육개혁을 실행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표현이 강하다고 하지만, 공부와 관련해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홍천 대사는 매우 진지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완벽주의자였는데, 그의 제자도 그 영향을 받아 완벽을 추구했다
학창 시절 필자 역시 그랬다 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친한 친구도 없어서 초등학교 시절의 숫기 없는 성격이 그대로 연장되었다 몹시 긴장하여 얼떨떨해지거나 기가 죽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85번째 ‘제일의제’라는 글자를 써 내려갔다 홍천 대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가 과감함은 나를 넘어서지만, 사리를 헤아려서 맞게 하는 바는 부족하다 자리에 돌아온 제자는 스승이 쓴 글씨를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탄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 쑤쑤가 쓴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놓아주는 법, 내려놓는 법』이란 책에서 읽은 일화가 생각난다 집 앞을 흐르는 실개천에서 가재를 잡거나, 뒷산에 올라가 나무에 오르며 ‘야생 인간’처럼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학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매사에 자신이 없었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발표도 하지 못했다
우리 교육은 이제 정치가 아무리 줄 세우기를 해도 줄 서지 않고 포퓰리즘으로 유혹해도 냉철한 판단과 적극적인 저항이 필요하다
필자는 대학에 재직하면서 자신감이 결여된 학생들을 많이 보아왔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학생은 거의 없거니와,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는 데 신경을 쓰기보다 고개를 떨구고 자신 없는 표정을 짓는다 일본의 경벽사(京碧寺) 입구에 걸려있다는 ‘제일의제(第一義諦)’라는 현판에 관한 이야기다
“도(道)가 행해지지 않아 뗏목을 타고 바다에 떠 있을 때 나를 따라올 사람은 유(자로)가 아닐까?”
자로(子路)는 이 말을 듣고 기뻐했다 서예의 대가라고 하는 홍천 대사가 겨우 네 글자를 쓰는데 백 번에 가까운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제자 앞에서 얼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은 가치 실현을 통해 타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고루, 널리 배출할 수 있다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 산골의 외딴 집에서 살았던 터라 사람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보고 있는 사람이 누가 됐든지 간에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 심적인 부담이 커진다 대한민국 교육기본법 2조에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왕따 당하거나 탈선하지 않고 사춘기를 보낸 것이 다행이다
우리는 흔히 ‘얼었다’는 말을 한다
중·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홍천 대사가 글씨를 쓰던 날 제자 한 명이 곁에서 먹을 갈며 스승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자신감이 지나쳐도 좋은 게 아니다 교육목표에 말과 행동이 달라서야 되겠는가 ”
『논어』 「공야장(公冶長)」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현판의 글씨는 홍천 대사(洪川大師)라는 고승이 쓴 것이라고 하는데, 이 네 글자를 쓰는데 무려 85번이나 쓰기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아래 사람, 윗사람 가리지 않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지만, 수업 시간에는 기가 죽는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말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누군가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 부담스러워서 실수도 많이 하고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다 무려 84번을 썼으나, 여전히 제자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스승이 글자를 쓸 때마다 제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별의별 트집을 다 잡았다
교육이 진정 교육다울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잠시 후 제자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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